이렇게 가다가는...
2009/07/05 01:46
대통령이 ’서민 행보’를 강화하던 말건, 현재 대한민국에서 서민들은 무척 살기 어렵습니다. 버는 것은 시원찮은데 나가는 돈은 급격히 증가... 그렇다고 해서 엉뚱한 곳에 돈을 들이붓는 것도 아닙니다. 필요한 곳에만, 다른 곳에 들어갈 돈을 줄이고 돌려 가며 사는데도 사는 꼴은 노상 그대로...
이런 대한민국에서 출산률이 바닥을 치고, 자살률이 매우 높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인생에 낙이 없습니다. 과거 가졌던 순진한 믿음 - 열심히 살면 성공한다는 것은 순전 구라였던 겁니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겁니다. 이번 비정규직법 논란을 보고 있으면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도저히 서민은 살 수 없겠구나 하는 절망감만 밀려올 뿐입니다.
기본적으로 방향이 틀려먹었습니다. 어떻게든 비정규직 기간을 유예시켜서 노동자를 저렴하게 뽑아먹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기간을 늘리려는 방향으로 접근했고, 무엇보다 경악할 만한 것은 그 주체가 노동부라는 건데 - 만약 제정신으로 이랬다면 간판을 갈아치우는 것이 맞는 것이죠.
정부와 기업, 언론이 손발이 잘 맞습니다. 비정규직 기간을 늘리겠다는 자기들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실업이 발생할 것이고, 그 책임은 따르지 않은 쪽에 있다... 열심히 자르고, 선동하고, 이성을 마비시켜 버립니다. 물론 비정규직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한국에서 비정규직이 곧 하자 있는 일자리와 동일시되고 철저하게 유, 무형의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겠죠. 비정규직은 가족이 아닌, 소모품에 불과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 그것이 답이라면, 비정규직 노동자에 가해지는 차별을 없애려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죠. 그렇다면 정규직 전환에 힘쓰고 있느냐 - 전혀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뭐냐. 뭐 기업이 뽑아먹고 버리기 좋은 1회용 소모품을 늘리는 거죠.
결국 이 정권이 노동-자본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지극히 한쪽에 편향적입니다. 아니, 그 자본도 일부의 자본, 재벌에 지나치게 친화적이라, 사회적 약자는 아예 배려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기야 재벌기업을 위해 안보 문제까지 어물어물 덮어버리지 않았습니까.
사실 노동자들에게 우호적인 정권이란 없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역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펴고,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죠. 하지만 - 최소한 그들은 입에 발린 말이라도 할 줄 알았고, 비록 형식적이라지만 노-사-정 위원회라는 개념도 빌려와 만들었지요. 노동자들의 의견이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는 말할 수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듣는 척, 용인하는 척은 하지 않았느냐... 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드러내놓고 한쪽으로 쏠려 있다 보니, 모든 게임의 결과는 같아졌습니다. 노동운동의 결과는 적정한 선에서 굴복, 공권력 투입... 어찌되었건 패배죠.
국가가 들이대는 기준이 한쪽에는 지나치게 엄격하고, 한쪽에는 지나치게 느슨합니다. 몇천억, 몇백억을 해먹어도 무사히 풀려나고, 국가 경제를 생각해서 구속시키지도 못하는 인간이 있는 반면, 여차하면 살인미수 혐의를 덮어써야 하는 인간들도 있죠.
솔직히 걱정됩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 누구 말마따나 한나라당 20년 집권이 현실화되고 이런 편들기가 지속될 경우, 결과는 뻔합니다. 역사를 보면, 전체적으로 빈곤할 때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 빈곤, 그리고 그 빈곤에 대해 사람들이 더이상 납득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문제가 생기지 않았습니까.
해서 모든 것을 한쪽에 다 몰아주는 것이 결코 옳은 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살 구멍은 열어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체제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1%를 위한 정책을 노골적으로 끌고 가면서 반대쪽과 소통이 전혀 없다면, 이는 결국 이 체제가 망가지는 지름길이 됩니다.
그래서 미디어 장악에 열을 올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예 생각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니까요. 이루어지지 않는 신분 상승의 꿈을 안고, 현실에 치여 그렇게 그렇게 살다 죽는 것이 행복이다 하고 생각하면 되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살면 되는 걸까요? 그렇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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